백신 접종 기피에 부실 관리…구제역 확산 불렀나
영암 구제역 확진 한우 살처분 현황 자료 보니
13~24개월 암소 살처분 최다…가임·임신기 유산 우려에 접종 기피 의혹
체중 불리는 25~36개월 거세수소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미접종 가능성
접종·신고 주체가 농장주인 것도 문제…수의사들 “관리 시스템 바꿔야”
91년 만에 전남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부실한 백신 접종 관리 시스템과 축산농가의 백신 접종 기피 관행이 맞물리면서 확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일보가 27일 단독으로 확보한 ‘영암군 구제역 확진 한우 살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암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14개 농장 398마리 중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아 살처분된 한우는 214마리로 집계됐다.
앞서, 전남도 등 방역당국은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영암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에서 사육중인 한우(184마리)에 대해서만 전량 살처분하고 이외 발생한 영암지역 농장의 경우 양성 판정을 받은 한우만 살처분했다.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아 살처분된 한우 214마리 중 암소는 90마리, 수소는 124마리로,암소 중에는 13~24개월짜리가 34마리(37.7%)로 가장 많았다.
한우 암소는 보통 13개월부터 임신이 가능한 탓에 농장주들 사이에서는 유산 가능성을 우려, 임신 전 구제역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관행이 남아있다는 게 축산업계 지적이다.
이런 점을 들어 구제역 확진으로 살처분된 암소(13~24개월)가 많은 이유로 임신을 앞뒀거나 이미 임신을 해 구제역 접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꼽고 있다. 현행 구제역 백신 접종 지침은 출산 3개월 전에 있는 암소에 대해서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또 살처분된 거세 수소가 많은 점도 농장주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공중보건수의사 등 방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영암지역 살처분된 수소 중 54마리(43.6%)는 25~36개월 사이의 통상 비육 말기(28개월) 소들이라는 것이다.비육 말기 시기는 축산 농가에서 출하시기(32개월)를 앞두고 최대한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소의 체중을 불리는 시기로, 이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단기 체력 저하로 체중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접종을 기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한국소임상수의사회 소속 수의사 A씨는 “구제역 항체는 정상으로 형성되면 1년간 유지된다. 1년에 2번 맞는 구제역 백신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그런데도 구제역에 확진된 것이라면 농장주가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농장주 반대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돌아왔다거나 직접 투여하러 갔다가 백신만 전달하고 왔다는 공중보건수의사들도 적지 않았다.전남에서 활동중인 공수의 B씨는 “매년 10곳의 농장 중 3곳에서는 농장주의 고성에 제대로 접종을 하지 못하고 돌아온다”며 “어떤 곳에서는 40마리만 놓고 임신중이거나 출하를 준비중인 10마리에 대해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말했다.백신 접종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수의사들은 구제역 백신 자가접종대상 농가의 경우 농가가 시·군에 신고하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장주들이 경험해 본 적 없는 구제역을 겁내 완벽한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현재 백신 공병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 방식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한국소임상수의사회 간부는 “소 한마리 한마리가 재산인 농장주들이 괜히 백신 접종으로 소를 잃고 싶을리 없다”며 “현재 백신 접종 관리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출처 : 광주일보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