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두 해 모두 각 10건씩이며, 올해의 경우 남은 기간 추가 발생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ASF 사태가 만 5년을 넘긴 가운데 사육돼지에서의 발생건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 진단 상황은 지난해를 포함해 이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농장에서의 현장 부검 결과만 갖고도 양성과 음성이 과거에 비해 높은 정확도로 1차 진단되었습니다. 가축방역관의 부검 소견과 실제 동물위생시험소에서의 정밀검사 결과가 거의 일치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이달 3일 강원 홍천의 양성 사례(관련 기사)가 그랬고, 이어 지난 9일 강원 철원(관련 기사)의 음성 사례가 또 그랬습니다.
홍천농장 돼지를 부검한 방역관은 '폐사 모돈에서 ASF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철원농장 돼지를 부검한 방역관은 'ASF의 전형적인 소견이 관찰되지 않은 가운데 실험실 검사를 통해 확진이 요구된다'라는 의견을 각각 보고했습니다. 이에 홍천의 경우 일찌감치 확산 차단 조치가 준비되었고, 철원의 경우 이동제한 상태에서 확진 결과를 기다렸다 음성 판정 이후 바로 상황이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가 마련한 'ASF 육안병변 판독요령과 감별진단' 가이드라인 덕분입니다.
검역본부는 ASF와 감별해야 하는 질병의 육안병변(부검양상)을 비교 연구하였습니다. 별도의 인공감염 실험도 실시했습니다. 감별해야 하는 질병으로는 임상증상뿐만 아니라 육안병변이 유사한 돼지열병(CSF)와 패혈증형 살모넬라증, 국내 양돈농장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NADC 유사 PRRS' 등입니다.
그 결과 자연감염과 인공감염에서 100% 나타나는 '위간림프절과 신장림프절(종대 충출혈)'을 ASF의 현장진단을 위한 병리학적 진단 지표로 확정했습니다. 그간 상식으로 알려진 '비장 종대(충출혈)'는 ASF 지표로 삼지 않았습니다. ASF뿐만 아니라 패혈증형 살모넬라증 단독 및 PRRS와의 복합감염 사례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부 청색증도 비슷한 이유로 지표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검역본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전국 14개 동물위생시험소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했습니다(관련 기사). 지난 5월 철원, 6월 영천 ASF 의심축 신고에서 활용되었고, 보다 정확한 부검과 병변판독이 진행되어 신속한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검역본부는 최근 이상의 내용을 좀더 보강하고 체계화하여 'ASF 현장 병리진단 가이드북(바로보기)'이라는 책으로 편찬했습니다.
검역본부는 "ASF 의심축 발생 현장에서 위간림프절과 신장림프절을 꼭 확인하여 선제적으로 ASF 대응할 것"을 당부하고 "이번 가이드북이 널리 활용되어 방역활동에 크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돼지와사람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