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농장동물 진료 수의사 수 4%대
잇단 문제제기에도 대책 전무
가축방역시스템 ‘10년 내 붕괴’
열악한 근무환경·낮은 보수 탓
양돈분야 활동 인원 50여명 뿐
“과거부터 축산 현장에서 일하는 수의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은 전무했습니다. 그 결과 축산 현장의 가축방역관리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정부가 이제라도 경제동물 수의사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신현진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10년 이내에 경제동물 수의사 부족으로 축산 현장의 가축방역관리시스템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제동물 수의사들의 은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신규로 유입되는 경제동물 수의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수의사 면허자 수는 2025년 기준 2만3346명인데 이 중 반려동물이 아닌 경제동물(농장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 수는 1014명(4.3%) 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전체 수의사 중 경제동물 수의사의 비중은 10년 이상 4%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경제동물 수의사를 각 축종별로 세분화 시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양돈수의사를 예로 들면 양돈수의사회에서 활동하는 회원 수가 200여명인데, 임상을 제외하고 실제 현장의 양돈장에서 직접 활동을 펼치는 수의사는 5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경제동물 수의사가 배출되지 않는 이유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보수를 꼽았다. 수의과대학 학생 대부분은 도시에서 반려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희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극소수 현장의 경제동물 수의사 선배들이 가축질병 발생 시 살처분 작업에 투입되고 때로는 진료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가운데 보수는 반려동물 진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모습을 접하면 그 누구도 경제동물 수의사가 되길 희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현진 교수는 “경제동물 수의사들이 일은 힘들지만 보수는 적다보니 자연스레 대학교에서도 경제동물을 가르치는 교수나 강의가 사라졌고, 경제동물 수의사 배출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경제동물 수의사 배출이 되지 않다보니 농장주들이 자가치료를 우선시 하고 항생제를 오남용해 감염병의 무분별한 확산이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문·관할지정 수의사제 도입
질병 분석비 등 국가 지원 시급
신 교수는 축산 현장에 경제동물 수의사를 확충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전문수의사 제도와 관할지역 지정 수의사제도 등을 도입하고, 기본적인 질병 샘플링 비용이나 분석 비용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경제동물 수의사에 관심을 갖는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생길 것이고, 축산 현장에 경제동물 수의사가 배출돼 국가 가축방역체계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현진 교수는 “경제동물 수의사들의 확충을 위해 전문수의사 제도와 관할지역 지정 수의사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을 단순한 수의사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의도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가축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경제동물 수의사가 지속적으로 배출돼야 하기 때문에 수의과대학 학생들을 축산 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전 축산업계가 마음을 터놓고 논의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