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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축산업 방역정책 문제점과 개선과제

    • 날짜
      2024-12-24 14:12:37
    • 조회수
      197
    [시론] 축산업 방역정책 문제점과 개선과제

    19면_김유용

    전염병에 대한 우리의 강한 기억은 2019년말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일 것이다.

    축산인들에게는 2010년 돼지와 소에게서 발생해 축산업에 큰 피해를 줬던 구제역(FMD)이 여전히 악몽처럼 남아 있다.

    또 매년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부터 번지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물론 소 럼피스킨(LSD)까지 간헐적으로 발생해 방역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축산인들은 해외 출국 전에 축산인 출입국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입국 시에는 입국 신고뿐만 아니라

    대인 소독시설에서 분무 소독을 받고 가방 등 소지품도 소독액을 이용해 소독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절차는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부터 국가 방역 방법으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FMD·AI·ASF 등은 바이러스 질병으로, 공항이나 항만에서 뿌리는 소독약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을 축산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소독약 살포는

    사실상 효과가 없으며, 축산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 할 수 있다.

    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ASF가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 양돈장에서 사육되던 돼지 53만마리를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살처분했다. 이는 정교한 방역 정책이라기보다는 ‘일단 없애고 보자’는

    식의 방역 실패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량 살처분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국가 예산만 낭비하고

    양돈농가에 필요 이상의 큰 고통만을 안긴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ASF 박멸에 성공한 2018년 벨기에의 국가 방역 사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있는 지역에서 야생멧돼지 2730마리를 살처분했지만 해당 지역의 양돈장 67곳에서 사육하고 있던

    5000마리의 돼지는 단 한마리도 살처분하지 않고도 ASF 박멸에 성공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벨기에는 학자, 가축질병 전문가, 생산농가들이 함께 참여해 모범적인 박멸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이러한 벨기에의 성공적인 ASF 박멸 정책을 왜 우리나라는 따라 하지 않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7월 법원은 경기 연천지역 양돈농가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방적 살처분 정책’에 따라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고도 지자체에서 재입식이 거부된 것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농가들의 피해액

    42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이는 연천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방역 정책을 주도한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ASF가 발생만 했다 하면

    인근 양돈장의 돼지를 살처분하는 정책은 더이상 방역으로 부를 수 없다. 이제는 단순히 ‘예방적 살처분’을

    통해 대량 살육을 벌이는 방역 정책을 멈추고, 좀더 발전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전문가 회의도 형식적인 ‘예스(Yes)맨’만 모으는 대신,

    현장에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축질병 대책엔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직권으로 탁상행정식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른 농가들의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결국 국가 예산으로 피해 보상을 해주는 식의

    국가 방역시스템은 이제 멈춰야 한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출처 : 돼지와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