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의 허점이 지목됐다.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성분의 동물약을 약국에서 수의사 처방없이 팔면서, 동물이 실제로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병)은 10월 8일(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목했다. 남 의원실이 동물 없이 약국에서 실제로 산 개 심장약 ‘실리정’ 제품을 직접 보여주면서다. 실리정의 실데나필 성분은 사람에서 발기부전치료용으로 쓰인다.
남인순 의원은 “동물용의약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체용의약품으로 사용하던 것들이 동물약으로도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면서 오남용 방지대책을 주문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가 동물을 직접 진료한 후 투약하니 문제가 없는 반면 약국에서는 동물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의원이 약국에서 구매했다며 오남용 위험을 지적한 약은 실리정이다. 개의 심부전 치료제로 품목허가된 동물용의약품이다.
실리정의 주요 성분인 실데나필은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심장약 사용에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만큼 반드시 수의사의 진료 후에 처방받아 사용하라는 취지다.
이와 동시에 경구제인 실리정은 약사예외조항에 해당된다. 동물약국에서는 주사용 항생제와 주사용 생물학적제제를 제외하면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도 수의사 처방없이 판매할 수 있다.
결국 실리정은 약국에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될만큼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지만 약국에는 수의사 처방을 요구하지도, 심지어 동물환자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요구하지도 않는다.
특히 실데나필은 사람에서 발기부전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는 만큼 오남용 우려가 크다.
남인순 의원은 “약국에 가서 사면 동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저희도 동물 없이 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약사회는 2021년 자체 실시한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 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실데나필 등의 성분을 함유하는 인체용의약품은 동물병원을 통해 오남용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오남용 위험은 약국 쪽에 도사리고 있던 셈이다.
남인순 의원은 “약국에서 판매할 때는 동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체용의약품은 처방이 필요한데 동물용의약품은 처방없이 구매해 모을 수 있으니 문제라는 말씀에 동의한다”면서 “동물용의약품은 농식품부·해수부 소관이라 협업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