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늘어나 경쟁이 심해지면 진료서비스 가격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희대 정경대학 경제학과 민인식 교수는 동물병원 개설현황과 진료비 공시 데이터,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의 반려동물 조사 데이터에 기반한 미시경제학적 모델을 세워 이 같이 분석했다.
민인식 교수는 “공급자 요인이 동물병원 진료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가 발표한 ‘공급자 경쟁이 반려동물 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은 보험연구원이 발행하는 [보험금융연구] 2024년 3월호에 게재됐다.
동물병원·진료비·반려동물 데이터 기반으로 공급자 경쟁 영향 분석
동물병원 경쟁 커지면 진료비 평균값·중앙값 상승 경향
‘의료군비경쟁’ 사람의료 급여 진료도 경쟁 늘면 진료강도 커진다
앞서 민인식 교수는 사람의료분야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실시했다. 2022년 발표한 ‘외생적 가격구조하에서 의료공급자 경쟁이 진료량에 미치는 영향’에서 의료공급자 경쟁이 증가할수록 진료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항목의 경우 행위별 수가제로 서비스가격이 고정되어 있다 보니, 의사들은 환자 유치경쟁이 심해지면 진료강도를 높여 이윤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일반재화와 달리 의료서비스는 오히려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동물의료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데이터를 함께 활용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로 동물병원 수를, 2020년 경제총조사의 수의업 매출액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물병원 간 경쟁지수를 산출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데이터는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하여 농식품부가 공개한 공시제 데이터를 활용했다. 지역별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샘플 데이터를 통해 확보했다.
민 교수는 공급자간 경쟁 정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요 요인은 고정됐다고 가정했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원형의 도시에 일정한 간격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각 양육가구는 가까운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정했다.
다만 전국을 수도권, 기타 광역시, 기타 시도로 구분해 동물병원 진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했다.
공급자 경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동물병원 수와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을 활용했다. 이들 수치는 시군구별로 다르다 보니 공급자간 경쟁 정도도 시군구별로 달라진다.
이와 함께 동물병원 4,575개소의 수의업 매출액 데이터를 활용해 집중도지수(HHI)를 산출하기도 했다. 시장 집중도를 측정하는 HHI는 수치가 낮을수록 경쟁이 치열한 시장임을 의미한다. HHI를 기준으로 용인시가 가장 높은 경쟁정도를 기록했다.
실증분석 결과 동물병원의 평균 진료비는 공급자 경쟁이 증가할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자 경쟁을 HHI로 측정하더라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민 교수는 “각 병원마다 다양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품질의 편차가 발생하고 이러한 품질차이는 의료 서비스 수요자(환자)의 효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의료서비스의 특징”이라며 “공급자 경쟁 심화에 따른 진료비 증가 경향은 공급자 경쟁 심화가 동물병원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증모형은 개원가의 전반적인 인식과도 닿아 있다. 우리엔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엔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내원고객수가 줄면서 건당진료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려동물 진료비 패널 데이터 조성 필요’
민인식 교수는 “그동안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를 찾기 어려웠다. 기존에는 관련 데이터가 없었던 측면도 크다”면서 “해외에서는 사람의 의료 관련 연구에 반려동물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관되게 수집되는 패널데이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가 여러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데이터가 만들어진 시점에 차이가 있고, 동물병원의 의료서비스 품질이나 수요 측면을 가정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보호자가 지출한 동물의료비를 시간순으로 축적하거나, 표본으로 추출한 동물병원의 진료비 책정 데이터를 일정 기간 동안 축적해 연구목적으로 제공한다면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했다.